Nov 01, 2024
2017년 포항시 지진은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었을까?
2017년 포항시 지진 피해 사진, 출처: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2017년 포항시 지진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경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7.5 km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기상청 보고서]. 지진의 규모는 5.4로 이는 우리나라 계기 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였으며, 경북지역에 최대진도 VI, 강원, 경남, 대구, 부산, 울산, 충북지역에는 진도 IV의 진동이 감지되었습니다. 본진발생 이후 2018년 2월 11일에는 규모 4.6의 큰 여진이 포항시에 발생하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기상청은 2018년 5월까지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100회, 미소지진까지 포함시 총 615회의 여진이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기상청 보고서].
포항시 지진으로 인해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었고, 정부는 포항시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여 지진피해 복구와 구호조치를 실시하였습니다. 지진과 여진으로 부산, 대구, 울산, 경북에서 정부추산 135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시설물에 의한 재산피해액은 총 850억원, 사유시설 56,622개소, 공공시설 417개소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7 포항지진백서]. 또한 지진 후 1년이 넘는 2019년 4월까지 100 여명 이상의 이재민들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음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논문].
촉발지진으로 인한 피해보상
2019년 3월 20일, 정부조사단은 포항시 북구 홍해읍에서 수행된 정부의 지열발전 상용화 및 기술개발 사업이 2017년 포항시 지진과 2018년 큰 규모의 여진을 촉발하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조사단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에 의해 미소지진이 발생하였고, 이 미소지진이 임계응력단층에 영향을 줘 포항시 지진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포항시 지진이 자연 발생 지진이 아니라 사람의 활동으로 인한 인위적인 지진임을 시사하는 내용은 여러 논문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논문 1] [관련논문 2].
일반적인 자연재난과는 달리 2017년 포항시 지진은 명확한 원인 (지열발전사업)과 결과 (주민들의 피해)가 존재하였기에, 포항시 주민들은 지진에 대한 피해를 국가가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023년 11월 16일 포항 시민 5만여명이 국가 등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1인당 200-300만원의 위자료를 정부가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판결 후 2017년 포항시 인구의 약 96% 인 49만명이 현재 새로운 소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하지만 시설물의 파괴와 같은 재산상의 피해, 외상과 같은 신체상의 피해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주민들의 정신적인 피해는 어떻게 정량할 수 있을까요? 포항시 지진 후 주민들에게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이 발생하였다면, 해당 정신질환이 지진으로부터 기인했는지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이런한 이유로 포항시 지진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인과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지진 건강영향 연구의 한계
여러 역학 연구를 통해 지진이 지역사회 주민의 심혈관계질환, 호흡기계질환, 정신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논문 1][관련논문 2]. 특히 급작스럽고 위협적인 지진의 특성으로 인해 지진 피해주민은 불안 관련 정신문제를 호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여러 연구들은 지진발생 이후 피해지역에서 연구대상자를 모집하고, 적절한 대조군을 사용하지 못했기에 지진 노출과 질환 발생간의 인과적 해석을 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관련논문]. 특히 지진 발생 전 해당지역주민의 건강에 관한 정보가 없기에, 지진 후 지역사회 주민들에게서 관찰된 건강변화 (예: 정신질환 및 스트레스의 증가)가 지진에 의한 것인지 혹은 과거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재난 연구에서의 인과적 해석의 한계점
포항시 지진의 건강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가정들
- 많은 재난 연구는 재난 발생 전 연구 대상자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단일 보험 시스템을 적용받기에 모든 국민이 하나의 보험체계에 의무적으로 속해있습니다. 또한 행정적인 목적을 위해 국민들의 의료이용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National Health Insurance Database)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국민들의 의료이용 자료를 활용한다면, 개인의 재난 전후 건강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진으로 인해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면 지진 후 포항시 주민들에게서 해당 질환으로 인한 의료이용이 증가하였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주민에게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의료이용에서 특이할 만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을 것입니다.
- 기상청이 발간한 포항지진 분석보고서의 진도 분포도를 참고하면, 2017년 포항시 지진이 포항시 북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진이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의 활동으로부터 촉발되었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더 강한 진동에 노출될 수록 주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진앙점에 가까운 포항시 북구 주민들은 포항시 남구 주민들 보다 지진으로 인한 정신 피해를 더 많이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포항지진 진도 분포표 출처: 기상청 포항지진 분석보고서
- 지진과 정신질환 발생과의 관련성이 인과적이라면, 이러한 관련성은 비단 포항시 지진에만 국한되어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과거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지역 주민들에게서도 정신질환의 증가가 관찰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지진 중 가장 높은 진도를 보인 지진은 2016년 9월 12일에 발생한 경주시 지진 (진도 5.8) 으로 경주시 지진 이후에도 정신질환 피해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는 지금 특정한 사건 (포항시 지진) 후 주민들의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의 발생이 증가하였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지역 (대조지역)에는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포항시라도, 지진과 상관없는 임의의 시점을 전후로는 주민들의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에 특별한 변화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포항시 지진에 따른 주민들의 건강피해
위의 가정들을 기반으로, 이 [논문] 에서는 2017년 포항시 지진이 주민들의 불안과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에 미친 영향을 보다 인과적으로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연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맞춤형데이터를 활용하였고 포항시와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김해시와 인접 도시인 경주시를 대조군으로 포항시 지진 전후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자 수의 변화를 지역별로 비교했습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가정들을 기반으로 아래의 5가지 가설을 증명하고자 하엿습니다.
- 포항시 지진 후 포항시 주민에게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자가 증가할 것이다.
- 이러한 증가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김해시에서는 관찰되지 않을 것이다.
- 진앙지와 가까운 포항시 북구 주민이 포항시 남구 및 경주시 주민보다 정신질환 발생자의 증가 폭이 더 클 것이다.
- 지진노출과 피해지역 주민들의 정신질환 증가는 2016년 경주시 지진이후에도 동일하게 관찰될 것이다.
- 포항시 지진 전 임의의 시점 전후로는 포항시 주민들의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포항시, 2016년 경주시 지진 피해 범위
위 그림은 [2017 포항지진백서] 를 참고하여 2016년 경주시 및 2017년 포항지 지진으로 인한 피해지역을 도식화하여 나타낸 그림입니다. 그림을 통해 포항시 지진은 포항시 북구에 피해지역이 집중되어 있었지만, 인근의 경주와 김해시에는 피해가 제한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경주시 지진은 상대적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피해를 주었고, 경주시 뿐만 아니라 포항시의 일부지역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위해 2014년 기준 포항시 및 대조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모집단으로 성, 연령 기준 50%의 인구를 무작위로 추출하였습니다. 이들 중 2019년까지 사망하거나 거주지를 옮기지 않은 515,750명의 10년간의(2010-2019년) 의료이용정보를 기반으로, 각 개인별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ICD-10 code: Neurotic, stress-related and somatoform disorders, F40-F48)으로 인한 최초병원 방문을 질환의 발생으로 정의하였습니다. 포항시 지진 발생 42일 전후의 기간을 3주 간격으로 구분하여(-42 ~ -22일; -21 ~ -1일; 0 ~ 20일; 21 ~ 41일) 지진발생 전 -42 ~ -22일을 기준으로 각 시기별(-21 ~ -1일; 0 ~ 20일; 21 ~ 41일) 포항시와 대조지역의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건수의 차이를 인구수와 시간의 흐름을 보정한 이중차분석모델을 통해 평가하였습니다.
2017년 포항시 지진 전·후 지역별 일별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자 수의 변화
지진발생 전 포항시의 평균 일별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자 수는 7.14명(–42 ~ -22일), 6.57명(–21 ~ -1일)이였지만, 지진발생 후 15.62명(0 ~ 20일)으로 증가하였고, 이러한 증가는 여성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이중차분석을 통해 지진 후 포항시 주민의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이 대조지역 거주민에 비해 두 배 가량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증가는 진앙점 가까이에 거주하는 포항시 북구 주민에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2016년 경주시, 2017년 포항시 지진 전·후 지역별 주별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자 수
또한, 2017년 포항시 지진 후에는 포항시 주민들에게서만 질환 발생의 증가가 나타났지만, 피해범위가 포항시 인구밀집지역을 포함하였던 2016년 경주시 지진 후에는 경주시 주민, 포항시 주민 모두에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포항시 지진 90일 전 시점을 기준으로 질환발생의 변화를 평가하였을 경우 포항시와 대조지역 모두 특별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의 건강 영향을 평가한 논문은 그 수가 매우 적고 소규모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보험자료에 기반을 둔 맞춤형 자료와 준실험론적 연구방법론인 이중차분석을 활용하여, 특정 사건(지진의 발생)과 그 사건에 의한 건강영향 간의 인과관계를 추론하였습니다. 대조지역과의 비교를 통해 지진 노출과 건강영향간 특이성을 확인하였고, 세부 지역별 분석을 통해 지진 노출과 건강영향간 용량-반응 관련성을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동일한 자료와 분석방법을 2016년 경주시 지진에 적용하여 2017년 포항시 지진 후 관찰된 지진-건강영향간 관련성이 다른 독립적인 지진 후에도 나타남을 재현하여 인과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증가시켰습니다.
내용 요약
-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북쪽 7.5 km 를 중심으로 포항시 지진이 발생하였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연재난 중 가장 큰 재산피해를 일으킴.
- 정부조사결과 포항시 지진은 지열발전소의 활동에 따른 촉발 지진으로 판명됨. 이에 포항시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을 신청하였고, 정부가 주민 1인당 200-3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선고됨.
-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지진 후 3주동안 포항시 주민의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 발생이 대조지역 거주민에 비해 두 배 가량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이러한 증가는 특히 진앙점 가까이에 거주하는 포항시 북구 주민에서 더 크게 관찰됨.
관련 논문
본 내용에 대한 [논문]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Han, C. (2022). Induced Seismicity and Acute Development of anxiety and stress-related Mental disorders: findings from the 2017 Pohang Earthquake.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130(6), 067701.
관련 발표
본 연구에 대한 발표는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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